아이들과 함께 한다는건 예측할 수 없는 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어디서 산이 나올지, 어디서 개울이 나올지, 어디서 비가 내릴지 알 수가 없다.

잘 노는 녀석들을 보고 웃으며 돌아서도 바로 이어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땡깡부리며 난리치는 녀석이 잠시 후 바닥에 엎드려 잠들어 있기도 하고....

두 녀석이 이렇게 난리를 부리다가 둘중 한 녀석만 놀이방에 갔거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가서 한 녀석만 남을때가 있는데
이건 완전 적막강산이다. 

물론 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힘들겠지만 터울 없는 것들을 둘 키우다가
한명의 부재로 하나만 집에 있으면 어찌나 조용하고 평화로운지.
한명 키우는 건 정말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때로는 두명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갈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부부가 남아 잠시 적막을 즐기게 된다.

그런데 그 조용함과 평화로움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고요와 평화로움은 이내 적막함과 그리움으로 바뀌고
손길 하나 하나, 발길 하나 하나 닿는 곳마다 남아 있는 아이들을 발견한다.

치치치(기차) 집이라며 서랍장 밑에 나란히 줄 세워놓은 장난감 기차들.
밤에 졸린 눈을 부비며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시고는 까치발을 하고 식탁위에 올려놓은 두유팩.
위태위태 쌓아 올리고 손벽을 치던 엉성하게 끼워맞춰진 블럭.
침대 구석에는 뿡뿡이인형 둘이 나란히 잠들어 있고.......
(이것들을 이렇게 놓고 준석이는 아가야 잔다며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걸으며 
 반달눈에 이빨을 하얗게 드러내며 웃고 나왔겠지)
이불 밑에서 발견되는 윤석이가 숨겨놓고 '읎네?!!' 하던 퍼즐 조각들.

예측할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아이들의 흔적들.
내 방에도, 거실에도, 자동차에도, 마음속에도. 
어디에나 내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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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r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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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B1, B2.


준석이 요놈은 벌써 아빠가 퇴근하고 오면 '손'을 본다 -_-
들고 온게 없으면 별로 관심없어지고, 뭔 봉투라도 들려 있으면 급친한척을 한다.

아 놔...

윤석이 놈 까지 커서 두 놈이 그럴꺼 생각하면 약간 섭섭하기도 하고,
재미 있기도 하다.

아마도 내 손에 뭔가 들려 있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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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r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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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g이 채 안 되게 태어났던 준석이의 인큐베이터 시절이다.

이게 아마 태어난지 4일째 되던 날, 인큐베이터 안에서 우유 먹고 힘들게 트림 시도하는 중. 간호사의 손과 비교해보면 이 녀석이 얼마나 작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뭐 하지만 태어나자 마자 어찌나 또렷하게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던지 나는 이 녀석에게 별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때다.

이 쪼꼬만 꼬꼬마놈이 지금은 10키로가 넘고 머리는 대두 ( -_- )에 먹성은 또 얼마나 좋은지....덩치는 또래중에서도 큰 편이다. 다만 말을 막 시작하려 할 때 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나오던 말이 쏙 들어가버렸다. 물론 어지간한 말은 다 알아듣는다. 
다만 지가 하지는 않을 뿐.
22개월. 아직 너무 어리고 이 녀석도 아기인데 동생이 태어나서 많이 신경써주지 못하는게 언제나 늘 안타깝다. 이런 마음은 이 녀석이 다 큰 다음에도 계속 갖고 있게 될 것 같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보면, 운전을 하다가 때때로, 멍하니 길을 걷다가......이 녀석이 가끔 사무치게 버럭버럭 보고 싶을때가 있다. 장난치면서 눈웃음 흘리는 모습, 너무 좋아 소리치며 뛰는 모습, 바나나를 입에 물고 너무 행복하게 눈을 감는 모습들이 정말 버럭버럭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해. 비타민B1 고준석. 

언제나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많이.
Posted by sar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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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월. 가위바위보

쭌&윤 2011. 7. 14. 17:11 |


코파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일년이 조금 더 지났는데 참 아기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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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휴게소에서.

쭌&윤 2011. 7. 12. 17:27 |
아이들이 집에 없을 때에도 곳곳에 흔적이 남는다.

무심코 앉은 소파에서 엉덩이를 찌르는 장난감과
생각없이 보던 티비옆에 뽀뽀하는 돼지저금통과
청소하러 이불이라도 들추면 나란히 잠들어 있는 파워레인저들 이라던지....

예측 불가능한 그리움들.



업무 때문에 춘천에 갔다.
오고 가는 내내 비가 참 많이도 왔다.

점심을 먹으러 가평휴게소에 들렀다.
우산을 펴고 차에서 내리니....

그 빗속에 아이들의 잔상이 뛰어 놀고 있다.

큰놈은 웃가게앞에 진열된 옷 뒤에 숨어서 입을 함지박 만큼 벌리고 웃고 있었고,
작은놈은 기둥을 뱅뱅돌며 키득키득 숨넘어가게 웃고 있다.

그랬지.

언제였던가 아이들과  함께 이 휴게소에 왔었지.

그때 나와 함께 저 진열대 뒤에 엄마몰래 숨었지.
그때 저 기둥을 뱅뱅 돌며 잡기 놀이를 했었지.....

마흔을 바라보는 시간중에 고작 3년, 5년을 같이 했을 뿐인데 이렇게 곳곳에서 느껴지고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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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레인저 팽이

쭌&윤/쭌! 2011. 5. 19. 11:36 |

울 큰놈...파워레인저 팽이를 받아들고는 내일 유치원 갈때 갖고 가게 가방에 넣어야 한다고....    엄마가 유치원 갈 때는 갖고가면 안되고 갔다와서 엄마가 데리러 나가면서 갖고 갈테니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니까 그럼 도라에몽가방에 넣어서 갖고 오라며 '꼭이요~ 꼭' 을 몇번이나 약속 받고 갔는데..

니 비오는데 우얄래?

Posted by sar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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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게 있다

쭌&윤 2011. 5. 2. 03:20 |
오늘 아이들 침대가 온다.

결혼을 하자마자 준석이가 생기는 바람에 시작된 별거 아닌 별거가 끝나겠지.

며칠전 엄마와 준석이는 잠들었는데 윤석이가 새벽까지 잠들 생각도 안하고 말똥 하기에 아빠랑 침대에서 자자 했더니 약간 상기된 미소로 따라왔다.

침대에 같이 누워서는 이 똥강아지 한시간을 지혼자 떠들다 잠든다.

반대로 오늘은 윤석이가 자다 깨서 다시 재우기 위해 거실불을 꺼야해서 준석이를 안방침대로 데려와서 책을 읽어 주려하니....헤벌쭉 하는 상기된 표정으로 웃고 있다.

뭐라 찝어 설명 할 수 없는 그런게 있다.

침대가 생기며, 불안정하다 느낀 몇가지가 동시에 해결되겠지만 불안정 해서 아름다웠던 것들도 찾기 힘들어질까 하는 노파심도 생긴다.



이 아이들의 아빠여서 너무 좋고 너무 행복하고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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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성향으로 볼때 소극적이고 무서워 할 줄 알았는데
너무 신나고 재미있게 잘 탔었다.

물론 근처에 아빠나 엄마가 있어야 했지만. 

이때 내 목상태가 최근 몇년중 가장 좋았었다.
목운동이 될 때였으니까. 국민체조? 같은거 할 때 있던 그 목운동.

최근 5년동안 아무것도 아닌 그게 된게 처음이었다 이 때 즈음이.

물론 그때도 완전히 목이 좋아졌다기 보다는....뭔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긴 했는데 ㅎㅎ 어쨌든 덕분에 준석이랑 이런 것도 같이 타고.

준석이고 기분이 좋았고, 나도 기분이 좋았고...

담에 또 타야지 했는데....

며칠후에 준석이는 엄마랑 동생이랑 부산으로 내려갔고
나는 그 담날부터 극심한 목통증이 다시 시작 -_-

이 모가지론 같이 못 타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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