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 못다한 북벌의 꿈. 효종 / 영릉[寧陵]
콧구멍에바람/신들의정원 2013. 5. 2. 23:56 |세종과 소헌왕후를 모신 영릉[英陵]과 효종과 인선왕후를 모신 영릉[寧陵]을 잇는 숲길은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기간이라 통행이 차단되어 있었다. 5월부터 개방이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일단 다시 주차장으로 나오니 주차장 끝에 산책로가 있다.
흙길이지만 바닥이 고르게 정비되어 아이들과 함께 걷기도 나쁘지 않다.
매표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라고는 해도 사진에서 보이듯이 효종의 영릉으로 향하는 발길은 많지 않았다.
하필 나란히 있는 능이 세종대왕의 영릉이라 더더욱.....
덕분에 아이들과 오붓하게 걷는다. 중간에 화장실도 있고, 벤치도 있어서 쉬엄쉬엄 걷는다.
식구들 모두가 북적거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조금 더 유유자적 놀며 쉬며 걸으면 좋을것을 너무 시간이 늦었다.
숲도 좋고, 길도 좋고, 날도 좋다...
그냥 완만한 산책길이라 무릎이 안 좋은 내가 걷기에도 무리 없다.
아이들은 지들끼리 깔깔대며 뛰었다 걸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기운도 좋아.
절반을 넘어 온 듯 한데 영릉엘 갔다가 다시 이 길을 되돌아 주차장으로 갈 것을 생각하니 시간도 시간이고 아이들이 다리 아프다고 칭얼댈듯 하여 아이들과 엄마는 계속 길을 가고, 나는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차를 가지고 효종의 영릉으로 가기로 했다.
쉬고 있는 둘째....귀여워라. 산골 어느 절간에 있음직한 동자승상 같다.
매표소를 지나면 곧 재실이 나오는데 나처럼 잘 모르는 뜨내기 방문객이 봐도 다른 능의 재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잘 보존된 고택같은 느낌. (후에 찾아보니 조선왕릉의 재실중에선 가장 형태가 온전히 보존되어 보물로 지정된 상태라 한다)
천연기념물 회양목이 이 재실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굳이 무엇을 더 할 것도 덜 할 것도 없이 정갈한 느낌.
재실을 둘러보고 나갈 때 까지 방문객은 우리가족이 전부.....덕분에 고즈넉함까지....
아이들의 이정도 까불까불은 조상님들도 웃어주시겠지.
어느 별에서 왔을고 이 녀석들은....
언젠가 다시 이 녀석들이 조금 더 크고 나도 릉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한 후 다시 오고 싶다. 이 재실만을 보기위해서라도.
홍살문으로 들어선다.
앗. 금천교가 홍살문 안의 참도 중간에 있다. 보통 금천교는 홍살문 바깥쪽에 위치한다.
해가 뉘엇뉘엇 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자각옆으로 이렇게 길이 나 있다. 공구리를 치지 않고 잔디와도 이질감이 없어서 좋은 것 같다.
맘이 급한 나는 멀리 앞장서고 아이들은 놀며 즐기며 뒤쳐진다. 사람들이 없으니 아이들에게 '빨리 와'라고 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인선왕후의릉에 먼저 닿는다. 기대치 않았는데 봉분 앞에까지 길이 이어져 있다. 찾는이가 많지 않으니 저 밧줄로 만든 안내선만으로도 길이 되고 선이 되는 듯 하다. 세종대왕의 영릉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 이었겠지.
쌍릉이긴 하지만 봉분이 나란히 있지는 않은 특이한 구조이다. 좌우 쌍릉을 쓰게 되면 정혈을 비켜나가게 되어 풍수상의 이유로 상하로 위치하였다 한다.
때문에 인선왕후의릉에는 난간석은 있지만 곡장(봉분뒤의 낮은 담장)은 없다. 기본적으로는 쌍릉이기 때문에 윗쪽에 있는 효종릉의 곡장이 인선왕후릉 까지 아우르는 듯 하다.
효종 임금님 같이 사진 좀 찍어요.....내려오기 전엔 아이들과 함께 꼭 인사도 하고 옵니다 :)
영릉 입구를 통과하여 다시 나올 때 까지 방문객은 우리가족이 전부였다. 그때가 해가 지기 시작하는 5시 전후이긴 했지만 꽃피는 봄날의 일요일이었는데 말이다. 주차장에는 차가 계속 오고가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매표소 바로 앞에 약수가 있는데 모두 생수통을 들고 약수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아이들과 왕릉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구릉에도 몇번 갔었고, 광릉에도 몇번, 사릉에도 한 번....
그런에 이번에는 좀 의미가 남달랐다. 그 이전에는 아이들이 릉과 조선, 임금의 개념도 모르고 그냥 잔디밭에 놀러가는 것이었고 나역시 아이들과 함께 숲에 가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헌데 이번 영.영릉 방문 때는 릉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가는 것이니....
그런데도 부모인 나는 그저 숲에 잔디밭에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듯 했다. 그런 느낌이었다. 내 스스로가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
돌아와서 며칠동안 조선왕릉에 대해 공부했다. 살아생전만큼 죽어서도 많은 사연과 이야기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듯 했다.
다음 방문 때에는 내가 그저 스치고 지나온 풍경들에 대해 반가이 손 내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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